파티에서 힐러가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진다는 것은 큰일이다.
하지만 예전 고아원에 있던 시절부터 성전과 함께 여신의 마법만 사용해왔던 하이터다.
재능도 탈인간급이라, 성직자 중에서는 ‘프리렌급’이라 생각한다.
그 능력을 믿고, 숙취도 성전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을까?
일탈을 저질러도, 계속해서 여신의 마법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하는 건가?
여신의 믿음에 대한 보답으로 뭘 바라는 하이터가 아니기에 위에 나열된 질문에는 “아니”라고 답할 거다.
하이터가 가진 여신에 대한 믿음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정도다.
그만큼 술은 마시지만, 엄청 성실한 성직자이기 때문이다.
그렇게 성실한 성직자라면 술을 그 지경이 될 때까지 퍼마시는 건 무슨 이유일까 계속 생각해봤다.
작중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.
“이상적인 어른을 꿈꾸고, 어른을 흉내 내며 그것을 쌓아 왔을 뿐입니다.
분명 저는 죽을 때까지 어른 흉내만 낼 겁니다.
아이에게는 마음을 기댈 곳이 될 어른의 존재가 필요하니까요.”
이 세상에 있는 어린 아이들뿐만 아니라,
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에게 마음을 기댈 사람이 될 주교이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.
매번 어른인 척하며, 어른 흉내만 내는 게 지칠 때면,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가려 술을 마시는 게 아닐까?
어른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, 그걸 받아줄 파티원들이 있기에 마음껏 퍼마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.
아침에 일출을 보러오지 않은 ‘프리렌’을 탓하며 애처럼 울기도 하고,
마왕 처치 후 파티에서는 그저 공짜로 술을 퍼마실 수 있다며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은 파티원 앞에서만 가능했던 모습이었다.
항상 정중하고 어른스러운 성직자의 귀여운 일탈이 아닐 수 없다. |